감옥생활에서 찬송생활로
나는 암시장의 거래가 도박보다도 더 빠르고 손쉬운 수입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병사들에게 담배 몇 갑이 들어 있는 한 상자를 10달러씩 사서 암시장에 가지고 가서 100달러씩에 팔았다. 암시장 부근은 보통 강탈. 폭력, 강도 등이 횡행하였으나 나는 염려하지 않았다. 내 포켓 안에 한 손은 실탄을 넣고 안전핀을 올린 권총을 쥐고 있었다.
얼마 안되어 10달러 뭉치의 점령군 군표가 나의 여행가방 가득히 차게 되었다. 오직 남은 문제는 그것을 본국으로 가지고 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각 병사에게 군대에서 지급한 돈의 액수 이 외에는 본국에 보낼 수 없도록 엄한 단속이 내려져 있었다. 나는 단속망을 뚫을 길을 찾기 위해서 며칠밤을 뜬 눈으로 세웠다.
나는 우체국에서 사람들이 그들의 월급을 우편환으로 바꾸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각 사람은 그들이 지급받는 정확한 금액을 기재한 재무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부장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한뭉치의 재무카드와 돈뭉치를 가지고 서있는 한 사나이를 주시해 보았다. 그 사나이는 회사의 경리사원으로서 그는 회사의 우편환을 바꾸려고 하였다. 나는 갑자기 내가 필요한 것은 한 뭉치의 재무카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부대 경리사원을 찾아 내고서 곧 재무카드 한 장에 5달러씩으로 그에게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곧 거래에 착수했다.
나는 개인 회사의 경리사원으로서의 행동을 취했다. 그 돈과 재무카드를 가지고 우체국으로 가서 거침없이 우편환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이제 나는 군수표를 저축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 했다. 베를린으로부터 오는 사람들이 우편환 100달러에 군 수표 1000달러와 바꾼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기꺼이 만족하고서 900달러를 내 자신의 우편환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부자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되는 어느 일요일 밤에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잘못 왔구나’ 하고 느껴 졌다. 그들은 교회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께 가지 않으련. 참 오랜만에 보게 되는구나. 같이 가면 좋겠다.” 하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의자에 앉아 우물쭈물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재치있게 이 궁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가고 싶습니다. 할머니 ! 하지만 친구녀석들이 이미 저를 데라고 나가기로 약속했는걸요” 할머니는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곧 장 다른 방으로 가서 내가 아는 여러 사람에게 재빨리 전화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자유 로운 시간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교회 예배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서 우리는 함께 교회로 떠났다.
예배는 창고에서 열렸으나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불쌍한 사람들. 바깥 세상의 재미있는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창고에서 밤을 허비하려고는 하지 않을텐데!’
찬송이 시작됐고 나는 찬송책을 집어 들고서 낱말을 따라 눈길을 보냈다. 적어도 찬송가를 부르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바로 내 귀에 바짝 대고서 말하는 무거운 소리를 들었다.
“뭐냐?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 나는 뒤를 돌아보고서 아무도 없는 것을 알았다.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는 오늘밤 나를 믿기로 결심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자동적으로 말했다.
“뭐라구?”
“반드시 늦고 말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릴까? 내가 헛소리를 들은 것인가? 그러나 그 음성은 확실히 들렸다. 하나님이다. 하나님! 하나님의 음성이다. 하나님은 나를 알고 계시구나!’
나는 섬광처럼 깨달았다. 왜 전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하나님은 살아계시다. 내가 지금까지 갈구했던 모든 것은 하나님 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하나님은 바로 내 모든 문제의 해결자이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예. 하나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순종하겠습니다.”
예배는 계속되고 있었으나 나는 딴 세상에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 옆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미처 그걸 몰랐으나 나중에 할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다. 그때 할아버지는 하나님과 그 자신의 투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워왔었다. 40년 동안 담배의 종, 그것은 바로 그를 아주 골초로 만들어 버렸다. 몇 번이나 끊으려 하였으나 그 때마다 머리가 터질 듯한 두통으로 포기해 버리고선 다시 그 전보다 더 담배를 피웠다.
이제 그는 내 곁에 앉아 하나님과 약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 만일 멀린을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다면 설혹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담배를 끊겠습니다.” 예배 끝에 찬송을 부르는 중에 내가 결심한 것을 교인들에게 서약하려고 앞으로 나갔을 때 할아버지는 너무 놀래어 거의 실신 상태에 있었다. (수년 후 할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나실 때 나는 할아버지의 머리 말에 앉아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시며 미소를 지으셨다. “멀린, 나는 하나님께 나의 약속을 지켰단다”라고 말씀하셨다.)
바로 그 때 내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오히려 근심과 가책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나님 !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알려 주십시오.’ 그 생각은 차차 뚜렷해졌다. 바로 돈이다! 그 많은 돈. 그것은 나의 돈이 아니었다. 돌려주어야만 한다! 결정을 내리고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돈을 없애 버리는데 조금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 마음에 질병과 같은 것이었으며 그 돈이 없어질 때까지는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나는 우체국에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그 돈을 도둑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처치할 수가 있었다.
내게는 아직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 수표 묶음이 있었는데 나는 돈이 들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100달러 우편환 뭉치를 변소 아래에다 쏟아 버리기 시작했다. 돈 뭉치가 쏟아질 때마다 내 가슴 저 속에서부터 기쁨이 홍수처럼 밀물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아직 현금으로 이미 바꾼 돈이 남아있었다. 나는 미국 재무성에 편지를 씨서 그 돈을 어떻게 취득했던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들은 내가 그 돈과 우편환을 취득한 경로에 대하여 증거를 가 지고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 증거물은 하수구에 씻겨져 버렸을 터이니! 현재 가지고 있는 돈밖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말했더니 그 돈을 국고수입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나는 이제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러나 마음속에 느끼는 새 생명과 기쁨을 위해서는 내가 가졌던 모든 것을 즐겁게 버릴 수 있었다.
멀린 캐로더스의 ‘감옥생활에서 찬송생활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