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들의 소원 (2)
형진이 를 만나고 온 후 잠이 오지 않았다. 형진이는 돌이 되기 전부터 발병되었기 때문에 자기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뛰어 논 기억도 추억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형진이의 친구가 되어줄까?
그러나 함께 이야기를 나늘 수도 없고, 하루 두 번 면회 시간에 맞춰 중환 자실에서 형진이를 보는 것으로 누가 형진이 곁을 지키겠다고 하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아들에게 부탁하였더니 아들은 흔쾌히 형진이의 친구가 되겠다고 나섰다. 학사 장교인 아들은 영월에서 서울까지 주말마다 빠짐없이 외출하여 형진이 곁에서 보냈다.
군대 이야기도 해주고 걸그룹 이야기, 피겨 선수 김연아 이야기 등 형진이가 경험할 수 없는 흥미로운 것들이나 다양한 세상 이야기들을 해주며 형진이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어느 날 아들은 병원에서 집에도 못 들르고 곧장 부대로 귀대한다면서 전화를 했다. 목이 메는 목소리로
“엄마! 내가 병원에서 부대로 바로 복귀한다고 하니까
형진이가 간호사를 불러 달라더니 숨을 쉬기 위해 목에 설치한 기구를 제거해 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그것을 한 번 뺐다가 다시 넣으려면 형진이의 고통이 너무 심하고, 이미 살갗이 부어 있어서 얼마나 아프고 힘든 것인지 알고 있는 형진이 어머니와 간호사가 왜 빼려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형진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할 말이 있다고…… 간곡히 소원하기에 그 기구를 빼 주었어요.”
아들은 끝내 훌쩍이 며 울고 있었다.
“웅아! 왜 우니, 왜 울어? 그래서 무슨 위험한 일이 생겼나 보구나.”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훌쩍이던 이들은 “엄마! 형진이가 그 기구를 목 에서 빼고 목에 난 구멍을 막아 달라고 하더니 자기가 하고 싶다고 간절히 소
원하던 그 한마디를 어렵게 했어요. 그 한마디를 위해서 형진이는 다시 기구를 넣는 그 모진 아픔을 참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엄마! 형진이가 그토록 하
고 싶어 했던 그 한마디 말이 무엇인 줄 아세요? ……
‘형! 잘 가!’예요.”
그날 웅이는 전화를 끊지 못하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유정옥 사모님의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