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무겁느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주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나의 귀는 전화기를 향하여 항상 열려 있다. 군대에 간 아들이 전화하는 때를 맞추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주일 낮 어떤 시간에 휴대폰을 잠깐 나누어 주고 전화를 하게 하는 듯했다. 때론 토요일 저녁 시간일 때도 있지만 거의 주일 낮 시간대가 많다. 아들에게는 한 주간 동안 기다렸다가 잠깐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아들과 어긋나지 않게 마음과 관심을 쏟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때보다 일찍 통화 시간이 주어지는 바람에 아들은 수 없이 나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휴대폰 반납 5분을 남겨 놓고 극적으로 통화가 되었다.

“그냥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무더위에 얼마나 힘드니?”

“엄마! 이 주일엔 30킬로그램 군장을 메고 산을 오르는 훈련을 했어요. 얼마나 무겁던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35도 이상 되는 온도에 땡볕이 내리 찍는데 땅의 지열이 얼마나 뜨거운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그리고 요즈음 땀띠가 났는데 계속 더우니까 살갗이 벗겨져 피가 나고 있었지요. 다른 친구들도 너무 힘든지 한 마디 말도 없었어요. 오직 발소리만 무거운 침묵 을 깨고 들려 왔지요.

저는 너무 무겁고 힘이 들어 속으로 이렇게 외쳤어요. ‘너무 무거워요! 주님! 너무 힘들어요!’라고.

그랬더니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이 제 앞에 계신 거예요. 제 마음에 ‘나보다 더 무겁느냐?’라고 주님의 음성이 들려 왔어요.

저는 그 물음에 눈물이 쏟아졌어요. 저는 이렇게 고백했지요.

‘아니요! 주님! 주님의 십자가와는 비교도 안돼요. 저는 주님처럼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도록 채찍에 맞지도 않았어요. 밤새 빌라도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지도 않았어요. 머리에 그 무섭고 고통스런 가시가 찌르고 있지도 않아요. 제 군장의 무게는 주님의 십자가와는 절대 비교도 안돼요!’

이렇게 고백하고 나니 군장의 무게가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찬양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어요. 저는 찬양을 부르며 산을 올라갔어요.

도우시는 하나님이 네게 그늘 되시니 낮에 해와 밤에 달이 너를 상치 않겠네〜.

제가 잔잔히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자 힘들게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던 훈련병들이 하나 둘 찬양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온 산이 찬양으로 가득했어요. 더구나 이번 훈련은 한 명도 낙오자가 없이 모두 다 잘 마친 훈련이 되었어요!”

유정옥 사모님의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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