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변화
영혼이 너무 놀란 남편은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않았다. 그리고는 시간만 있으면 성경을 읽어 달라고 했다. 내가 성경을 읽고 조금씩 풀이를 해주면 자신이 체험한 것과 맞추어 보기도 하고 성경의 내용을 알고 싶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성경을 읽어 나갔다.
무엇보다 남편의 삶이 완전히 변했다.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방탕하던 생활이 성실하고 근면한 생활로 바뀌었고, 그 많던 혈기와 고집도 완전히 없어졌다. 다른 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남의 말을 존중하고 겸손해졌다.
그리고 주변의 교회들을 찾아 다니며 그 교회의 주보와 전도지 등을 얻어다가 전도하러 다녔다. 우리 사업장 칠판에는 이름이 적히기 시작했는데, 남편은 누군가가 기도 부탁을 하면 칠판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고 그를 위하여 사흘씩 금식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 기도 부탁은 쉬지 않고 들어왔다. 우리 부부는 매일 연이어 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사흘 금식 후 이틀은 먹고 다시 사흘 금식으로 기도해 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정식으로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원했지만 벌여 놓은 사업과 열두 식구의 생계를 나에게 짐 지워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신학 뒷바라지 까지 하게 해야 하니 선뜻 나설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나는 주님과 동업하며 기울어진 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열두 식구 의 생계도 차질 없이 잘 꾸려 가며, 남편의 신학 공부 뒷바라지도 잘 해낼 수 있도록 믿음과 지혜와 능력을 달라고 주님께 기도했다.
나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이 아주 빠르게 우리 가정과 사업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입하시기 시작했으니, 먼저 우리의 둥지를 세차게 흔들기 시작하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으면 대부분 평탄하고 순한 길을 주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주님은 우리를 더 높은 벼랑으로 끌고 올라가 사정없이 땅으로 내려 떨어뜨리시는 것이다.
그것은 한창 돈 벌 나이에 예수 귀신에 홀려 혼이 다 빠졌다고 걱정하시던 시부모님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단돈 10만 원으로 동암역 북부 광장에 있는 귀신 나온다는 집을 얻었다.
주님은 그 곳에서 우리를 훈련시켜 나가셨다. 남편은 신학대학원에 가기 위해 온종일 공부를 하게 되었고 집안일은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돌봐 주셨다. 나에게는 남편이 하던 사업과 시집 본가의 살림, 새롭게 분가된 살림 등 그 모든 짐이 남편 대신 지워졌다.
새벽 첫차를 타고 나가 일하기 시작하여 막차로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사위가 공부하는 문 밖에서 쉬지 않고 기도하시는 나의 어머니를 볼 때 감히 고단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 오늘 성일 아빠 열심히 공부하던가요?”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도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다. 너의 남편이 단 5분도 앉아 있지 못하는 불 같은 사람 아니냐? 성일 아빠를 저렇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우리 하나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어머니는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을 때도 기도하섰다.
나는 밤늦은 시간에는 성경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50개씩 뽑아 서 만들었다. 물론 입시 출제 문제집이 나와 있었지만 아내가 밤을 새면서 친필로 문제를 만들어 놓는다면 열심히 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나의 생각은 적중하여 남편은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밤에 만난 우리는 문제의 정답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는 남편이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어려움을 격려해 주었고, 남편은 나의 어려운 짐을 애처로워했다.
논문은 일주일에 한 주제를 정하여 남편과 내가 각각 작성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을 거듭했다. 좋은 신학 논문을 수집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영어는 남편이 원서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었지만 초보의 심정으로 다시 착실히 공부해 나가기로 했다.
철학은 입시 날 가까이에 집중적으로 하기로 하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였다. 잠 잘 시간은 거의 없었다. 내가 잠 잘 수 있는 시간은 새벽 첫차의 전철 안이었고 막차의 전철 안이었다. 그러나 주님은 나에게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넘치는 기쁨을 주셨고 주님을 위해서 쓰여질 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게 하셨다.
첫차를 타기 위해 새벽 잠을 떨치고 길을 나서면 영롱하고 찬란히 빛나는 새벽 별이 나를 인도하였다. 그러면 여지없이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하고 나도 모르게 찬양이 흘러 나왔다.
유정옥 사모님의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