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 선수 이름 바꾸기
우리 교회 체육대회 때 경기 운영 대진표를 짠 일이 있다. 이 때 양 팀 선수의 능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진표를 짜야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흥미진진하다. 즉 골프도 박세리 vs 소렌스탐일 때 더 박진감을 준다.
경기는 두 선수의 기량이나 실력이 현격히 차이가 나면 흥미가 없고 누가 봐도 싸울 상대가 아니면 싸울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 큰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동네 불량 학생들에게 매를 맞아서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 일이 종종 있어서 나는 아들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서 그냥 쳐다만 봐도 꼭 째려 보는 것 같은 오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똑같은 동네 환경에서 한 번도 매를 맞지 않고 들어오는 막내아들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 막내 아들은 형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아! 그 무서운 형들이 너 몇 학년이야? 하고 물으면 6학년이라 하지 말고 3학년이라고 해. 그러면 그 형들은 중학교 1학년 정도여서 초등학교 3학년이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무조건 안 때려. 형이 6학년이고 몸도 크니까 형을 때리고 싶은 거야.”
큰아들이 그 다음부터 이 지혜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이후에는 정말 맞고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전에 어른들이 장기를 두면 상대방이 도저히 적수가 안 될 때 고수가 자기 스스로 ‘차’나 ‘포’와 같은 자기의 공격수를 미리 떼어 놓고 시작한다.
나는 요즘 내 삶의 모든 경기에 임하면서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것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이름 대진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윗도 그 경기의 대진표의 이름을 바꿀 수 있었기에 그렇게 담대할 수 있었다.
소년 다윗 vs 골리앗 장군(누가 봐도 다윗이 진다)
하나님 vs 골리앗 장군(누가 봐도 골리앗이 진다)
모세도 그 경기의 대진표의 이름을 바꿀 수 있었기에 그렇게 담대할 수 있었다.
양치기 모세 vs 애굽 왕 바로(누가 봐도 모세가 진다)
하나님 vs 애굽 왕 바로(누가 봐도 바로가 진다)
나는 요즘 내 삶의 대진표를 다시 짜고 있다. 내 이름을 빼내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바꾸는 일이다.
예를 들면
유정옥 vs 말기암(누가 봐도 유정옥이 진다)
하나님 vs 말기암(누가 봐도 말기암이 진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내 삶을 힘들게 하는 모든 문제들과 나 혼자 끙끙대면서 맞섰던 자리에 하나님의 이름을 함께 놓는 대진표 이름 바꾸기 작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 나에게 맹수처럼 달려오던 그 많은 두려움들이 사라지고 꼭 이기고 말겠다는 안달도 없어지고 오히려 적수가 안 되는 상대방 선수에게 ‘차’나 ‘포’를 스스로 떼어 주는 여유와 넉넉한 인심과 사랑을 베풀게 될 것이다.
그 후에 오는 것은 당연히 부전승임을 확실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