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내 책 초판에 3,000권이 나왔다. 이미 선금으로 받은 천 명의 명단을 놓고 책을 발송하고 나니 2,000권이 남았다. 이 책들을 평생 동안 두고두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9월 어느 날, 일간 지인 D일보 사회부 기자가 나를 찾아와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단번에 거절의 뜻을 전했다.
“기자 양반! 왜 이렇게 딱한 부탁을 하오. 선생님이 아이들 가르치고 인터뷰 한다면 다 웃을 것이요. 또 의사가 환자 고쳐 놓고 인터뷰 한다면 더 크게 웃을 것이요, 하물며 목회자 사모가 이웃을 위해 손톱만큼 일하고 인터뷰 한다면 당연히 할 일을 하고 떠드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단 한마디도 더 하거나 빼지 않고 정직하게 기사를 써 줄 것을 약속 받고 인터뷰를 해 주었다. 그 이튿날 D일보 사회면 전면에 내 기사가 났다. 신문에 기사가 나가자 곳곳에서 내 책을 찾게 되어 남아 있던 2,000권이 다 나갔고 새로운 주문이 쇄도했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책이 되리라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더구나 그 책이 판매될 줄로는 상상도 못했다. 내 책은 출판되자마자 만 권씩 2쇄, 3쇄에 들어갔다. 책 출판비도 없었던 나의 사정을 아시는 하나님이 한 푼도 안들이고 D일보에 대대적인 광고를 내 준 셈이었다. 그 이후 내 책은 아무런 광고도 없이 술술 팔려 나갔다.
주님은 책을 판매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나를 위하여 기발한 전략을 세 워 두었는데 그 방법은 바로 입소문이었다. 내 책은 광고 한 번 없이 그저 입소문으로만 팔려 나갔다. 내 책의 자리를 전혀 할당하지 않던 서점들이 하나씩 둘씩 내 책을 독자들 눈에 띄는 좋은 자리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이 곳 저 곳에서 책 주문이 쇄도하자 아들이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 위기를 당했어요.”
“위기라니? 무엇이 위기야?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다!”
“어머니! 우리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나 질병으로 고생할 때나 고통 속에 있을 때는 하나님을 찾지 말라고 해도 쉬지 않고 찾게 되지요. 그러니까 우리 는 어렵고 힘들 때가 위기인 줄 알지만 실상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축복의 기회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사업에 성공했을 때나 건강할 때나 배부를 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돼 나갈 때는 하나님을 부르지 않고 하나님을 잊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때는 신앙의 위기가 되지요. 그동안 어머니는 적은 수입 을 가지고 어렵고 힘들게 우리 가정과 교회를 이끌어 오시는 동안 매일 매 순간 기도로 하나님을 믿고 의지했는데 지금은 많은 돈이 들어오니 바로 신앙의 위기인 거예요.
그리고 하나님이 무엇을 싫어하시는 줄 아세요? 잉여를 싫어하세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외에 남겨 놓는 것을 싫어하세 요. 그러니까 옷이 두 벌이면 한 벌을 이웃과 나눠야 하는 거예요.”
아들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들들을 증인 삼아 내 책을 앞에 놓고 주님께 서원했다.
“주님! 이 책의 내용은 이십 년간 주님이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의 내용이며 책은 독자들이 돈을 거두어 만들어 준 것이므로 저는 모든 것을 거저 받은 것이니 주님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책의 수익금을 다 쓰겠습니다.”
주님께 서원하자 이상하게도 그 날부터 곳곳에서 나를 강사로 초청하기 시작했고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