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중계동으로 이전한 지 15년 된 교회건물은 낡고 방수 처리가 제대로 안돼서 여름이면 물이 새고 장마철이면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성도들의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교회 수리를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십수년을 그대로 버티며 지냈다.
 
그렇기 때문에 성도들은 ‘사모님의 책이 많이 팔리니 교회 수리를 먼저 할 것이지 왜 서울역 노숙인들 밥 퍼주는데 다 쓰는가……’하며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책의 수익금으로 배고픈 노숙인들을 먹이겠다고 주님께 약속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에도 역부족이었으므로 교회 수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지내고 있었다.
 
드디어 교회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물이 오물이었는지 교회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교회가 지하층이기 때문에 여름이면 습기를 잔뜩 먹은 사무기기 음향기기 등이 고장을 일으키고 누전으로 전기가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누가 보내주었는지 고급 제습기 네 대가 교회에 들어왔다. 배달하는 분들도 기증자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제습기만 내려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우선 사무실로 제습기를 옮겼다. 컴퓨터, 복사기 등이 고장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기증자를 알아보려 해도 알 수 없었는데 그 이튿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사모님! 저는 사모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하나로교회에 갔었어요. 그런데 교회에 습기가 너무 많아 제습기 네 대를 사서 보냈는데 오늘 교회에 가보니 한 대도 보이지 않아서요. 혹시 받지 못 하신 게 아닌지 해서요.”
 
“예! 제습기를 보내 주신 분이시군요. 보내 주신 제습기는 잘 받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네 대를 다 사무실과 방송실에 놓았습니다. 예배실보다 그 곳이 더 심각해서요.”
 
그 이튿날 제습기 두 대가 더 들어와 예배실에도 놓여졌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 예배 후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 책을 읽고 우리 교회를 찾아왔는데 교회 입구부터 곰광이 냄새가 나서 교회 안으로 들어오기 싫었다고 했다. 머리가 아파서 ‘이 습기를 없애주자’하고 제습기를 보냈다고 했다.
 
“주님! 저는 그 교회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제습기 사주었으니 다시는 이 교회에 대해 생각나지 않게 해 주세요…… 마음을 그렇게 정했는데도 자꾸 교회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오늘 교회에 또 오게 된 것입니다.”
 
그분과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본 그가 말했다.
 
“사모님! 교회 천정을 뜯어봐야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야 그렇지만……
 
나는 교회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얼버무리고 있었다.
 
“내일 저희 회사 직원들을 보내서 교회 천정을 뜯고 고쳐 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편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갈아요. 제가 주님께 몇 번이나 이 교회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고개를 저어도 기도하려고 눈만 감으면 이 교회가 제 눈앞에 어른거려요. 마치 주님이 이 교회를 고쳐 주라고 저에게 부탁하시는 것 같아서 잠이 오지 않아요.”
 
그는 우리 교회의 물이 새고 있는 천정 뿐 아니라 교회 전체를 정갈하고 아름답게 리모델링해 주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사람을 잊지 않고 기도한다. 주님께서 그의 헌신에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갚아 주시기를……. 그리고 주님의 소리에 늘 순종할 수 있기를……. 지금도 이웃의 아픔 때문에 잠못 이루는 밤이 수없이 많기를…….
 
유정옥 사모님의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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