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게 되었다. 부흥회 첫날 저녁집회 후 성도님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그는 봉제업을 크게 했었는데 이번에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집에서 길거리로 내쫓기게 됐고 어린 딸들은 학교도 못 다니게 되었다며 근심이 드리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의 사연을 들으면서 열왕기하 4장에 나오는 한 여인이 생각났다. 그 여인은 해결 방법이 전혀 없을 때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를 찾아왔다. 그 때 그 여인의 남편은 죽었다. 여자에게 있어서 남편은 생명이다. 남편이 죽은 것은 곧 여자가 죽은 것과 갈다. 남편이 죽은 것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빚을 잔뜩 지고 죽음으로써 아들 둘이 빚쟁이에게 끌려가 노예가 될 판이었다.

아들들이 노예로 팔려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해야 하는 데 이 여인은 이상하게도 가장 돈이 없는 사람인 하나님의 선지자를 찾아온다. 엘리사는 그 여인에게 “네 집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 것도 없나이다”라고 대답하자 “너는 밖에 나가 서 모든 이웃에게 빈 그릇을 빌리라”고 말한다.

빈 그릇을 빌리라는 것은 그 여인의 지금의 처지를 만방에 떠들어 알리는 것과 갈다. 그 여인이 이웃에게 빈 그릇을 빌리러 오면 이웃들은 왜 그릇을 빌리는지 이유를 묻게 되고 그릇을 빌려주는 모든 이웃은 모두 그 여인의 처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 여인이 그릇을 다 빌려온 후에 두 아들과 함께 들어가서 문을 닫고 하라고 일러준 일이 있는데 그것은 이웃에게 빌려온 그릇에다 집에 남아있던 기름을 붓는 일이었다. 빌려온 그릇 전부가 기름으로 찼고 그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으로 여인과 두 아들이 생활했다는 이야기다.

이 여인과 두 아들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방에 문을 닫고 들어가서 행해진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목격하는 것이다. 한 그릇의 기름이 동네에서 빌려온 모든 그릇에 가득 차게 되는 광경이다.

이 골방의 비밀을 체험한 여인과 두 아들은 앞으로 인생의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넉넉히 이길 힘의 근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성도에게 내일 새벽부터 맨 앞자리에 나와 소리 내어 울며 기도하라고 일렀다. 더 이상 아무런 해결책이 없던 그는 새벽마다 소리 내어 울면서 기도했다. 집회가 끝나던 날 그는 나를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매일 아침 소리 내어 울었더니 교회의 한 성도가 “왜 그렇게 아침마다 우느냐?”고 물었고,자신은 사업이 망해 겪게 될 처지를 말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성도는 “내일 아침부터 내 세탁소로 나오라”고 하고 “우선 한 달에 2,000달러씩 주겠다”고 했다면서 될 듯이 기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튿날 세탁소에 다녀온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이 다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그는 “사모님 ! 제가 오늘 일찍 세탁소에 출근을 했어요. 그런데 세탁소에 가보니 그 집사님 혼자 일해도 얼마든지 시간이 남을 정도로 일거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필요하지 않은데 왜 나오라고 했느 냐?’고 물으니 자기 아내와 내 아내가 교회에서 갈은 구역인데 당신이 일을 하지 않고 나에게 돈을 받으면 당신의 아내는 자존심이 상할 것이고 내 아내는 그 돈이 아까워서 속상해 할 것이 아니냐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냥 두눈 딱 감고 세탁소에 나오라고 하네요. 그렇지만 어찌 뻔뻔하게 그 곳을 다닐 수 있겠어요? 저는 힘에 겹도록 일하는 것이 나아요”라며 낙담했다.

나는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교우가 사업에 망한 교우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것은 성령이 준 마음이니 둘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일하면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고 두 집이 다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권면했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난 후에 세탁소 주인은 세탁소를 담보로 대출도 받고 지인에게 돈을 융통하여 새로운 세탁소를 인수했다. 나는 속으로 ‘먼저 하던 작은 세탁소를 그 집사님에게 주고, 목도 좋고 규모도 큰 새로운 세탁소는 자신이 하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새 세탁소를 돈 한 푼 없는 그 교우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현재 하고 있는 작은 세탁소를 그대로 운영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자기의 유익을 따라 이윤을 챙기는 일이 없이 서로 양보하며 새로운 사업을 서로 동업해 갔는데 지금은 여섯 군데의 세탁소를 경영하고 있다. 주님은 그 두 사람이 한 그릇의 기름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던 것을 로스앤젤레스 전체에 소문나게 하신 후에 그들이 들고 들어오는 빈 그 릇마다 계속해서 물질의 축복을 물 붓듯 콸콸콸 부으셨던 것이다.

골방의 비밀을 이미 체험한 그 두 집사님은 믿음으로 넉넉히 어려움을 이기며 지금도 힘들고 어려워서 울고 있는 교우가 없는지 찾아서 도와주고 쓰러져 있는 교우를 다시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두 집안의 연합은 따로 살고 있으나 한 집에 함께 사는 것처럼 온전한 하나를 이루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느 날 남편이 죽고 남편이 진 빚 때문에 내 아들 둘이 노예로 팔려가게 될 정도로 앞이 캄캄한데, 내 손에는 기름 한 병 외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절망적인 때가 있다.

그 때 우리는 궁핍하고 처참한 내 처지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주님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웃에게 나의 밑바닥 끝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한다. 오히려 모든 이웃에게 나의 밑바닥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나의 밑바닥이 깊을수록 주님이 일하신 골방의 능력이 더 높이. 더 뚜렷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빈 그릇을 빌리되 조금 빌리지 말고 (왕하 4:3)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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