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주세요

“사모님 ! 우리 이사가는날 6월28일이에요. 그날 보증금
1억 원 내 줄 수 있는 거지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럼 그 돈을 천만 원짜리 수표 열 장으로 주세요.”

이층에 세 살고 있는 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우리 소중한 사람들은 중림동 센터를 구입할 때 많은 빚을 지고 구입했다. 노숙인들에게 매일 밥을 주고 예배를 드리고 무료 진료를 하고 옷과 생필품을 나누어 주다 보니 건물 임대를 얻을 수가 없었다. 건물 주인들 은 노숙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임대 주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건물을 매입해야 했다.

그 때 한 후원자가 건물을 구입할 수 있는 종자돈을 주어서 그 건물에 임대들어 있는 보증금을 전액 승계하고 은행대출을 받아 구입했던 것이다. 우리가 구입한 건물 이층을 임대하여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느 날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 되었다.

건물 전체가 노숙인들로 넘쳐났고 아무리 통제를 해도 이 층까지 막무가내로 뚫고 들어가는 노숙인들 때문에 어린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그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계약 만료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빚을 진 상태로 건물을 구입하였으니 중도에 보증금을 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아도 노숙인 건물이다 보니 와보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들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모양이다. 돈 한 푼 없는 나에게 매일 확인하려니 “천만 원짜리 수표 열 장으로 주세요” 하면 나는 그대로 주님께 보고했 다. “주님! 6월 28일까지 천만원 짜리 수표 열 장으로 달라고 하네요.”

“사모님! 우리 이사 가는 날 6월 28일이에요. 그 날 보증금 1억 원 내 줄 수 있는 거지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럼 그 돈을 오백만 원짜리 수표 스무 장으로 주세요.”
“주님 ! 6월 28일까지 오백만 원짜리 수표 스무 장으로 달라고 하네요.”
“그럼 그 돈을 백만 원짜리 수표 백 장으로 주세요.”
“그럼 그 돈을 십만원 짜리 수표 천장으로주세요.”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다른 액수의 수표를 들이대며 확인하는 날이 한 달이 지나 6월 26일이 되었다.

“사모님! 모레 아침에 우리 이사해야 하는데 보증금 내줄 수 있나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럼 그 돈을 현금으로 주세요.”
“주님! 내일 모레까지 현금으로 1억 원을 달라고 하네요.”

주님이 노숙인들을 사랑하므로 반드시 그 돈을 주실 것을 믿고 있었지만 6 월 26일이 되니 매일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생글생글 웃던 나도 밥 먹은 것이 체할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주님! 이층 사람들이 1 억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하네요’’ 하고 계속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 날 오후에 우리 소중한사람들 화요 중보기도로 봉사하고 있는 한 집사님이 나를 찾아와 자기의 아버지를 만나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아버지가 어려운 문제가 있어 나와 상담하기를 원한다기에 그와 함께 그곳에 갔다. 그 아버지는 〇〇교회의 장로님이었다. 그 장로님의 어려운 문제는 무얼까? 내가 과연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일까?

처음 만나는 내가 낯설었는지 장로님이 나를 더 어색해 했다. 나는 장로님께 상담을 잘 해드리 려고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장로님은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내어놓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노숙인을 돕는 일을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나는 내가 책(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을 출간하게 되었고 그 책의 수익금을 주님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 쓰겠다고 서원했는데, 그 때 주님이 내 눈으로 확연히 보게 한사람들이 노숙인이었고 추운 겨울에 갈 곳 없이 거리에서 유리하는 노숙인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숙인사역을 하는 나의 마음의 태도는 어떠냐고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들은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자들이어서 굶어 죽어 마땅하다’고 하지만, 사실 노숙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입니다.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오직 진실한 사랑 뿐이지요. 제가 그들에게 탁월하게 무언가를 해줄 수는 없지만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숙인과 함께, 항상 노숙인 곁에 있겠습니다.”

노숙인들은 이 땅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삶도 누리지 못했으니 반드시 예수를 영접하여 새로운 가정을 회복케 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는 일을 도와주어 서울역에 노숙인이 한 명도 없게 되는 것이 나의 소원이며 꿈이라고 했다.

말없이 나의 이야기를 듣던 장로님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역을 하는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일하시나요?”

“주님은 우리가 일을 잘 하는 것보다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길 것이므로 한 영혼에 모든 초점을 맞춤니다. 만약 우리가 일한다고 하다가 한 영혼의 심정을 실족시키면 그것은 말할 수 없는 손실이지요. 그래서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나는 노숙인 자신들이 하나님께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고 그들을 주님이 존귀히 여기는 심정으로 섬기고 싶습니다.”

그러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장로님이 “주님! 감사합니다” 하시며 “여보! 그것 갖고 와요’’ 하고 손짓했다. 장로님의 손짓에 아내 권사님이 커다란 화장품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다. 장로님의 딸은 “사모님! 제가 사모님이 화장품이 없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더니 아마 화장품을 세트로 준비해서 선물하려나 봐요”라며 귓속말을 했다.

“사모님! 제가 이번에 사업을 정리하면서 주님께 1억 원을 헌금하겠다고 서원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장로이니 교회와 이곳저곳 여섯 군데로 나누어주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오늘 새벽기도 가기 전 꿈을 꾸게 되었어요.

우리 교회 강대상 위에 나의 중요한 서류 가방이 놓여 있었지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더니 강대상으로 올라가서 내 서류 가방을 열어보고 나를 쳐다 보면서 “나누지 마라!” 하셨지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보니 새벽기도 시간이었어요. 새벽기도에 가서 그 꿈을 묵상했어요.

나눈다는 것은 내 체면, 내 명예에 따라 헌금하는 것이니 순수한 드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주님께 어느 곳에 드려야 하는지 깊게 기도하면서 받은 질문이지요. 오늘 하루 종일 내가 헌금을 나누어 주려 했던 여섯 곳의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사모님으로 제 마음에 확신을 주셨어요.”

눈물이 아직 눈가에 맺혀있는 채로 밝게 웃는 장로님은 머리를 가우뚱하며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주님은 왜 저에게 1억 원을 현금으로 준비하라는 마음을 주셨을까요? 수표로 주면 가볍고 간편할 텐데 말입니다……

화장품 가방에 가득 담긴 묵직한 1억 원을 현금으로 건네 받는 내 눈에서 주체할 길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Related Articles

변장술

주일 새벽 노숙인들에게 새벽 급식을 하는 중이었다. 술이 잔뜩 취한 노숙인 한 명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대뜸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나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몹시…

죤 하이드 선교사

오늘은 기도하는 하이드라는 별명이 붙은 죤 하이드 선교사님(1865-1912)의 전기의 일부를 발췌해서 나누겠습니다. 내용은 좀 길지만 많은 은혜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비밀은 기도실에 있었다. 시알코트 집회(인도 펀자브…

기도해야 할 이유 (2)아버지를 되찾자

누가복음 15장 17 이에 스스로 돌이켜 이르되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여기서 주려 죽는구나18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 내가…

그분이 주신 최고의 보석

내가 시집갔을 때 막내 시누이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나를 얼마나 따르는지 혹시 오빠가 지방에라도 가면 베개를 들고 내 방으로 건너와서 너무 좋아 잠도 못 자고 나를…

아파서 그러는거야

누구에게 행패를 부리다 또 얻어맞은 것인지 얼굴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다. 나는 찬송을 부르면서도 그가 오늘 예배에 온 것이 은근히 걱정이다. 그는 우리 센터에 오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