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도 목사 평전’ 중에서

1931년 1월 9일 금요일 용도는 충북 영동에 있는 장로교회에서 주일학교 강습회를 8일간 인도하였다.
 
때는 1월로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지던 날이었다. 너무 추워 예배당 안에서 말하기도 힘이 들었다. 둘째 날 집회를 마친 뒤,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겨우 발걸음을 옮겨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이의 울음 소리가 바람을 타고 용도의 귀를 두드렸다.
 
눈물도 얼 것 같은 밤. 아이는 뚜껑 없는 주전자를 손에 들고 있었고, 아이의 무릎 밑으로는 추위에 빨갛게 된 생살이 흔들리고 있었다.
 
용도는 아이가 이런 칼바람을 맞으며 살아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보살피심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몸만 돌보고 불쌍한 이 아이는 돌보지 않는 세상의 죄악도 생각했다.
 
용도는 민망하여 자기가 머무는 여관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도착해서 두루마기를 벗어 아이를 둘러싼 뒤에 그 위에 다시 이불로 둘러주었다. 순간 주체하지 못할 눈물이 흘렀다. 한겨울에 길거리로 내몰렸던 이 아이는 고작 여덟 살이었다.
 
어제 저녁같이 추운 밤에 아무 것도 덮지 않고 밖에서 잤다. 물그릇도 땡땡 언 어제 저녁에. 아, 나는 너무도 호강스러웠다. 북풍한설 추운 밤거리에서 울며 떨고 있는 아이를 생각지 않고 나만 혼자 이불을 두개씩, 포대기 깔고 편안히 자고 있었구나. 오, 나에게 화가 있으리로다.
 
“너 혼자 잤니?”
“네.”
“아, 혼자서 어떻게 밤을 샜노. 엊저녁에 밥을 얻어먹었니?”
“네.”
“무슨 밥?”
“찬밥이요.”
“그래 찬밥을 주더냐?”
“네.”
 
아이의 눈에는 원망과 고독이 아직도 그치지 않았다. 나의 눈에도 참회의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노라.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니?”
“어머니는 아버지와 쌈하고 양잿물 먹고 죽고 아버지는 미쳐서 달아났아요.”
 
아, 죄악이 관영하여 부모는 자살 발광하고 자식은 걸아로 만들었구나. 아, 부모의 죄로 엄동설한에 거리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우는 걸아! 네게는 죄가 없다. 네게 무슨 죄가 있으랴. 눈물이 앞을 가리어 일기를 쓸 수 없어 수건을 눈데 대고 그냥 한참 울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주랴. 오 하나님 어떻게 하시렵니까, 이 가련한 걸아를.
 
“이제 몸이 좀 녹았니?”
“네.”
“오, 그럼 조금 있다가 떡국이나 한 그릇 먹으면 괜찮지. 그런데 네 이름은 무에냐?”
“억성이에요.”
“성은?”
“최가에요.”
“오, 최억성이로구나. 그전에 너의 집은 어디 있었니?”
“중무요.”
“여기서 몇 리나 되니?”
“20리.”
“옳지. 영동서 20리라. 나는 여기에 손님으로 왔단다. 서울서. 너 예배당 아니?”
“알아요.”
“예수 믿는 사람이 너의 동리에 있니?”
“많아요. 여기도 예수 믿는 사람이 많아요.”
“오 그래.”
 
예수 믿는 사람은 도처에 많거니와 너를 긍휼히 여길 신자는 없었구나. 예수 믿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다만 자기의 욕심만 위하여 믿는 체하는 현대 교인아, 너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예수 믿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마을 영동. 그러나 얼어죽게 생긴 애를 긍휼히 여길 신자 하나 없던 영동. 죽게된 나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으셨던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사람들이 죽게된 이웃을 살리지 않으면 예수를 믿는다는 건 대체 무엇이냐?
 
긍휼하신 주님은 제사보다 긍휼을 원하시는데 현대교인은 긍휼보다 제사를 원한다. 긍휼히 없어도 교회에만 가면 안심. 주님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해드린다. 긍휼이 빠진 제사, 사랑 없는 삶에서 나오는 예배란 자기의 욕심만 위하여 믿는 체 하는 것밖에 안된다.
 
‘이용도 목사 평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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